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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기본 준비

아이와 단둘이 해외여행

by 볼드핑거 2022. 10. 23.

 

 Prologue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국내 도시를 돌며 여행을 많이 하였다.

 

그러던 중 아이가 태어나고 생후 7개월이 될 무렵 여름 휴가지를 제주도로 결정하며 아이와 첫 비행을 하게 되었다.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가 될까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비행시간이 짧고 아이를 동반한 탑승객이 많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미안함을 무릅쓰고 도전한 첫 비행은 걱정과는 달리 비행 내내 아이를 지켜준 무적「공갈 꼭지」덕분에 울음 한 번 터뜨리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아이가 태어난 지 18개월쯤 되었을 때 주변 지인들이 하나둘, 어린 자녀와 태평양, 동남아시아 등지를 무사히 다녀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만 24개월까지는 국제선 운임의 90% 할인 혜택과 별도로 배정되는 좌석은 없으나 항공사별 기준에 따라 유아용 요람(Bassinet)을 미리 신청하면 배정 받을수 있는 혜택이 있다.

 

비지니스석을 타지 않는 한 아이를 좁은 이코노미 좌석에서 안고 가는 것과 유아용 요람(Bassinet)에 편하게 눕혀갈 수 있는 상황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우리 부부도 아이가 더 자라 규정을 초과하기 전 아이와의 첫 해외여행 일정을 빠르게 결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호주에 정착해 가정을 꾸린 동생에게 셋째 아이가 태어났다. 조카 셋이 태어날 동안 동생집에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기에 가족들의 첫 상봉을 위해 첫 해외 여행지는 호주로 결정되었다.

 

아이가 조금 컸다지만 1시간의 짧은 제주 비행과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해야 하는 호주행의 고단함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고작 만 18개월의 어린 녀석이 비행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가는 내내 모두에게 지옥을 선사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매웠지만 10시간을 복도에 선채 어르고 달래서라도 무사히 비행을 마치겠노라 각오를 다잡았다. 

 

몇 번의 위기 상황도 있었지만 유아용 요람(Bassinet)과 담요로 만들어준 작은 텐트 속 좁은 공간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비교적 수월하게 여행을 완수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의심의 여지 없이 이 녀석은 비행이 체질이리라.

 

그렇게 우리 가족은 비행 체질인 아들 녀석 덕분에 COVID-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힌 지난 2년을 제외하면, 2020년 1월까지도 어렵지 않게 매년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았던 시국이 장기화되고 있던 2022년 여름, 조금씩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하며 지난 2년간 우리 부부의 소망이기도 했던 해외 한 달 살기에 대한 막연한 목표와 희망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경쟁이라는 울타리보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체험하며 유연한 사고를 갖고 살아가길 바랐다. 그러한 우리의 바람을 아이가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고 행동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그 기나긴 여정의 첫 발걸음은 조금은 익숙하면서 위급 상황 시 가족의 도움도 받을 수 있는「호주」로 결정하였고 아이의 여름 방학을 신호로 아빠와 아들의 해외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행 중 긴 이동시간과 아이가 잠든 후 지친 몸을 누이며 문득 이런 경험과 감정들을 정리해놓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아이와 함께 만든 위대한 여정을 시간이 앗아갈 수 없도록 지키고 싶었다.

 

수없이 생각만 하다 늦게나마 행동에 옮긴 자신을 스스로 대견하게 바라보며 이 공간에서의 어렵고도 긴 여행을 새롭게 시작해 보고자 한다.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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