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사실을 그만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곳을 떠나려 하니 마치 정든 고향 집을 등지고 객지로 나서는 기분이다. Colour Cafe와 수영장은 만남의 장소였고 투숙하는 모두와 이비스 스타일 발리 레기안 직원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환하게 웃고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친숙한 이웃이었다.
이비스 스타일 발리 레기안 체크아웃
이비스 스타일 발리 레기안에서의 마지막 밤,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도착한 새벽 밤을 포함해 4박을 하는 동안 이곳의 모두와 정들고 익숙해져 괜스레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발리에서 이곳은 따뜻한 집과도 같은 편안함을 주었고 한 달 살기의 남은 일정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중한 장소였다. 이곳의 시설이 완벽하다고 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들 순 없겠지만 적어도 발리에 처음 와 모든 게 낯설었던 우리에게 발리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준 따뜻한 곳임엔 틀림없다. 아쉬운 마음에 한 바퀴 돌아보며 기억을 저장하듯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새벽 일찍 빗소리에 눈을 떴다. 아침에 눈을 떠 밖을 보면 매일 같은 풍경 속에서 아침부터 분주히 청소하고 정리하는 부지런한 직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분명 시설은 오래되고 낡았는데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없고 주변은 항상 깨끗하기만 하다. 조경수가 많음에도 기어 다니는 벌레 한 마리 찾아볼 수 없었고 방 안에서 모기 한 방 물리지 않고 정말 잘 지냈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반갑게 안부를 물어주는 직원들과 이웃들에게 오늘이 떠나는 날임을 알렸다. 얼굴과 목소리에 아쉬움이 가득 묻어나오지만 남은 여정에서의 축복과 안녕을 빌어주는 모습에 조금은 용기를 얻었다. 아들은 첫 식사도 나시고랭과 미고랭이었으니 마지막 식사도 나시고랭과 미고랭이라며 Colour Cafe에서의 마지막 식사 메뉴를 주문했고 맛있게 잘 먹었다.
이곳에서 해보지 않은 것들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던 중 스파를 한 번도 받아보지 않아 여정의 마침표로 스파를 한 번 받아보기로 했다. 나는 기본적인 발리니스 릴렉싱 마사지(1시간 16만 루피아)를 선택했고 결제는 현금만 가능했다(아코르 멤버 10% 할인). 프로그램은 경락, 아로마, 스톤, 뷰티 관련 여러 가지가 있으니 직접 상담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가끔 거리에 있는 스파샵에서 위생적이지 않거나 장소가 협소해 침대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마사지를 받았다는 글을 보았는데 이곳은 넓고 쾌적하고 깨끗하다. 가격이 저렴해 가성비는 말할 것도 없고 등과 목에 쌓인 긴장과 피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쉽지만 이제 정말 떠날 시간이다. 다음 숙소인 머큐어 발리 레기안은 이곳에서 약 800m 거리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랩과 고젝에 가격을 조회해보니 그랩이 프로모션 가격으로 더 저렴하다. 한 번 더 리셉션과 Colour Cafe의 모두와 손을 흔들며 아쉬움도 함께 흘려보낸다.
이곳에서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아들과 나만의 루틴을 소개하자면 한국에서부터 해왔던 공복에 물 한 잔, 유산균 한 포, 아침 식사 후 멀티 비타민, 스트레칭, 수영으로 이어지는 아들과 나만의 루틴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다. 빈속에 찬 음료를 마시지 않고 음식은 최대한 즉석 조리된 음식을 먹었다.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 모두 붕괴되고 게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비스 스타일 발리 레기안을 칭찬만 하고 글을 맺으려니 이 글을 보고 실망할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억지로 쥐어 짜낸 단점 몇 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맺고자 한다.
아들과 함께 생각한 불편하거나 개선되면 좋겠다는 점을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1. 수영장 트리트먼트 소음이 있다.
빗소리와 분간이 어려울 정도로 다소 물 흐르는 소리의 소음이 있다. 사람에 따라 듣기 좋은 물소리가 될 수도, 소음이 될 수도 있겠다. 다만 생활 수영인으로서의 의견을 보태자면 수질 관리에는 최적이라 생각된다.
2. 실내가 매우 어둡다.
수영장을 마주 보고 있는 객실은 프라이버시 때문에 블라인드를 전면 개방하기 어려울 수 있고 해가 지면 실내 조명이 어두워 장기 투숙을 계획한다면 소형 스탠드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프라이버시에 민감하지 않다면 블라인드를 최대 개방하여 채광을 만끽하는 것이 좋겠다.
3. 침대 협탁에 콘센트가 없다.
머리맡에 콘센트가 익숙한 사람들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점으로 한 곳 정도라도 추가 공사를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4. 기본으로 비치된 드라이기가 없다.
드라이기 도난이나 관리가 되지 않는지 객실에 비치된 드라이기가 없다. 필요하면 리셉션에서 대여할 수 있는데 소형이고 출력이 낮다. 우리는 둘 다 머리가 짧아 크게 중요하지 않았는데 머리가 긴 사람들에겐 개인 드라이기가 필요할 수 있다.
5. 샤워 호스가 없다.
간단하게 발만 씻거나 부분적으로 자유롭게 물을 사용하고 싶을 때 많이 불편할 수 있다. 호스로 하나 분배하여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
적다 보니 은근히 단점이 많아 보이는데 나와 아들에겐 이것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장점이 너무 많아 단점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내에게 다음에 발리에 다시 온다 해도 첫 시작은 꼭 이곳에서 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발리라는 곳이 깨끗하고 친절하고 따뜻한 곳이라는 걸 여행의 첫 시작부터 느끼게 해주고 싶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잘 먹고 잘 적응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비스 스타일 발리 레기안! 안녕!
아코르 호텔은 해외 어디에 가도 믿을 수 있는 것 같다. 중저가 포트폴리오에서 최고의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항상 기본 이상은 한다는 그 믿음과 공식이 이곳에서도 이어졌다. 그리고 아코르플러스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유료 서비스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앞으로 남은 호텔들마다의 서비스와 혜택도 기대하게 만든다.
발리 아코르 가성비 호텔 : 이비스 스타일 발리 레기안
처음 계획은 서핑을 위해 머큐어 발리 레기안과, 트라이브 발리 쿠타 비치 두 호텔에서만 묵을 계획이었다. 그러다 한 곳에서 일주일 이상 지내는 것이 조금은 답답할 것 같아 숙소를 세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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