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큐어 발리 레기안에서 3일간 호캉스를 마치고 세 번째 숙소인 트라이브 발리 꾸따 비치로 이동했다. 이번 여행 중 아이가 가장 해보고 싶어하던 서핑을 배울 수 있는 장소이고 처음으로 가장 번잡한 동네 중 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어 약간은 긴장이 되기도 했다.
트라이브 발리 꾸따 비치(Tribe Bali Kuta Beach)
머큐어 발리 레기안에서 트라이브 발리 꾸따 비치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지만 트래픽잼이 가장 심한 곳이라 차량으로 30분가량 소요됐다. 꾸따 비치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보고 있어 날씨만 좋다면 아름다운 선셋과 서핑에 빠져 즐거운 5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작년에 준공된 신상 호텔이라 그런지 첫 외관은 굉장히 세련되고 트렌디한 느낌이었다.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를 만끽하며 로비에 진입하던 중 단 두 명 만이 근무하는 작은 리셉션은 다소 아쉬워 보인다. 원활한 수속을 원한다면 체크인, 체크아웃이 붐비는 시간대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 리셉션이 지금 크기의 두 배 또는 아코르 전용 데스크라도 있으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예약 당시 가장 저렴한 컴포트 발코니 킹사이드베드 룸을 예약하였는데 도착 전 왓츠앱을 통해 아코르 멤버 혜택으로 로비층에 있는 좀 더 넓은 발코니와 작은 가든이 있는 룸으로 업그레이드해준다고 하였다. 체크인 뒤 안내를 받아 로비 층에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방에 들어선 첫 느낌은 인테리어는 깔끔했지만, 담벼락에 가려진 창밖과 작은 가든에 의문점이 들었다. 옆 건물과 붙어있어 담벼락이 있는 것이겠지만 지층이다 보니 햇빛도 가려져 어둡고 습한 느낌이 들었다.
아코르 플래티넘 웰컴 어메니티가 준비되어 있어 아이와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다. 나는 조금 클래식컬한 유저여서 인지 아무래도 욕실과 객실이 완전히 분리된 타입의 호텔을 좋아하는데, 슬라이딩 도어로 공간을 나눌 수는 있지만 여닫기가 다소 번거로워 항상 오픈해두었다. 칫솔과 면도기를 포함한 어메니티는 모두 갖추고 있고 바쓰 용품은 대용량 공용 로컬 제품이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거의 새것 같은 네스프레소 커피머신과 캡슐이 있어 통 세척과 드레인 후 머무는 동안 커피가 생각날 때마다 잘 마셨다.
로비에는 바와 간단한 간식류를 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리셉션 우측으로 돌아가면 좌측에는 Gym, 우측에는 세탁실이 있었다. Gym은 러닝머신을 비롯해 개인 운동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었고 세탁실은 작은 용량의(4kg) 세탁기와 건조기 1세트와 다리미가 있다. 세제는 미리 준비하거나 근처 편의점에서 6천 루피아(한화 약 500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세탁기 구동을 원하면 리셉션에 런드리 코인을 요청하면 직원이 직접 구동을 도와준다. 건조기는 코인 없이 즉시 구동이 가능하므로 가벼운 손세탁이 가능한 빨래는 건조기만 가동해도 좋다.
로비를 둘러본 후 이 호텔의 선택 이유 중 하나였던 루프탑으로 향했다. 총 5층 건물이지만 4층은 표기하지 않아 인피니티 풀과 Afterglow 레스토랑 & 바 가 6층으로 표시되어 있다. 좁은 부지 위에 쌓아 올려 객실 수가 165개나 된다. 객실 수에 비례한 레스토랑 가동률이 나와야 해서인지 레스토랑과 바는 비교적 넓고 자리가 많았지만 수영장의 크기는 작고 깊이는 1.4m로 비치로 이어지는 인피니티 풀의 감성과 분위기를 느끼는 용도로 적당해 보였다. 날씨가 맑으면 더욱 멋지겠지만 아쉽게도 지내는 내내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선셋을 보지 못했다.
호텔을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본 뒤 방으로 내려와 짐을 정리한 뒤 레스토랑에 가 저녁 식사를 했다. 웰컴 드링크는 별도 메뉴가 있어 칵테일 한 잔과 수박 주스를 주문했고 식사는 발리니스 포크 밸리와 비프 렌당을 주문했다. 플래이팅이 깔끔하고 향신료 향이 강하지 않아 먹기 좋았는데 밥에 비해 반찬의 양이 다소 적은 느낌이 들었다.
비프 렌당은 2017년 CNN이 선정한 세계 1위의 음식이라는데 소고기를 코코넛 밀크와 각종 향신 채소를 넣어 푹 삶아낸 요리인데 흡사 우리나라 장조림과 비슷하지만, 향신료 향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발리니스 포크 밸리는 마치 에어프라이어에 통삼겹을 구워낸 듯 겉바속촉의 통삼겹 수육 느낌으로 같이 나온 삼발 소스와 채소를 곁들여 먹기 좋았다.
밤이 되니 업그레이드 받은 이 방의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났다. 커넥티드 룸이라 연결 도어를 통해 옆 방의 모든 소음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테라스의 작은 가든에 있는 식물 때문에 모기가 많은 건지 방에 들어서자마자 모기향부터 꽂아놓았음에도 아이의 얼굴을 포함해 몸 여기저기 많이 물리고 말았다. 앞서 두 호텔에서 모기에 한 번도 물리지 않았기 때문에 부어오른 얼굴을 보니 괜스레 화가 났다.
5일이나 지내야 했기에 불편함을 감수할 수 없어 다음날 조식을 먹기 전 소음과 모기 관련한 불편 사항을 전달하여 방을 옮겼다. 루프탑에 가까운 5층 객실이 좋을까 생각했는데 바에서 늦은 시간까지 라이브 공연이나 음악이 나오고 사람들 이동이 많아 시끄러울 수 있고 객실 대부분이 커넥티드 룸이기 때문에 가장 조용한 방이라며 2층에 있는 객실을 따로 추천해주었다. 복도 맨 안쪽 코너에 위치해 엘리베이터에서는 가장 멀었지만 바로 옆이 린넨실이라 앞뒤로 객실이 없어 너무 조용했다. 또한 양옆이 건물로 막혀있어 바다 쪽을 향한 스위트룸을 제외하면 모두 옆 건물 벽과 마주하는데 이 호실만 앞쪽이 그나마 뚫려있어서 해도 들고 습하지 않아 너무 만족스러웠다.
우리 아들을 미스터 핸섬이라고 불러주며 여러 호의를 베풀어준 객실담당 와얀은 매일 침구류와 어메니티를 새것으로 교체해주고 손 편지를 남겨줘 머무는 내내 쾌적하고 기분 좋게 지낼 수 있게 해주었다.
다음 날 아침 조식을 위해 다시 루프탑에 올랐다. 에그 스테이션, 시리얼 스테이션, 와플 스테이션 등 즉석요리 코너가 다수 있고 특이하게 즉석 면 코너가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대표 인스턴트 면인 인도미 미고랭 시리즈를 고르면 조리해준다. 음식의 종류와 가짓수는 머큐어 발리 레기안과 비슷해 보였다. 조식 맛은 어디를 가나 기대만 크지 않으면 보통은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아침부터 과식하진 않으니 로컬 메뉴로 배를 조금 채우고 생과일로 입가심한다는 느낌이면 충분할 것 같다.
2월 첫째 주 발리의 우기는 듣기와 다르게 거의 매일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렸다. 5일을 머물며 체크아웃하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날씨가 가장 맑았다. 선셋을 한 번도 보지 못해 체크아웃을 미루고 일몰을 기다려볼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다음 숙소가 사누르라 다소 거리가 있고 날씨가 또 어떻게 변할지 확신할 수 없어 아쉬움을 안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CARE 인증 관련 정보가 없고 꾸따 지역 5성급 호텔의 수질도 좋지 않다고 하여 필터를 교환하지 않고 5일간 직접 사용해보며 필터를 관찰해보았다. 별도 이물 같은 것들은 눈에 띄지 않았고 사용하면서도 냄새나 몸에 특별한 반응이나 증상이 없어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사용했다. 다만 양치질 후 헹구는 물은 항상 생수를 사용했다.
객실은 넓은 데 반해 호텔이나 객실 내 비치된 별도의 건조대가 없어 물놀이 후 수영복 등을 건조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TV 아래 선반에 옷걸이를 걸어두었다.
머큐어 발리 레기안의 직원들이 잘 훈련된 요원들 같았다면 트라이브 발리 꾸따 비치의 직원들은 젊고 역동적이다. 캐주얼한 유니폼과 젊음은 자유로움과 밝은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격식 없이 편안하게 머무르기 좋고 꾸따 지역에 머물며 서핑 등 비치에서의 일정과 도보로 주변 지역을 돌아보기를 원한다면 위치는 매우 좋다. 호텔에서 100m 거리 내에 Circle K, Mini Mart 등의 편의점도 호텔 바로 가까이 있어 음료나 간식을 사기에도 편리하다. 날짜에 따라 두 곳의 프로모션이 다르니 두 곳 다 가보길 추천한다.
아이와 함께 호캉스를 즐기기엔 수영장의 크기도 아쉽고 수영장 가까이 있는 외부 테이블에는 흡연자들도 다수 있어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커플이나 감성을 중요시하는 분들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숙박비 정산
룸타입 : TRIBE 컴포트 XL 킹사이즈 베드 (아코르 플래티넘 혜택 - 1단계 업그레이드, 무료 조식)
투숙일 : 5일
비용 : IDR 700,590 X 5일 = IDR 3,502,950 (한화 약 3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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